목은 김영미 작가 ‘나무에 새긴 치유의 연대... 전통을 넘어 일상의 예술로’

-칼끝으로 덜어낸 번잡함, 나무의 속살 위에 피어나는 고요한 성찰

-박물관을 나와 일상에 스며들다... 모던한 오브제로 변모한 묵향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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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속도에 지친 현대인, 나무의 결로 돌아오다

디지털의 파도가 온 세상을 휩쓸고 지나가는 시대다.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느림의 미학’과 ‘실제의 질감’을 그리워한다. 경북 포항시 남구, 은은한 나무 향이 감도는 김영미 작가의 작업실은 바로 그런 현대인들의 숨 가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도심 속 오아시스다.


거친 나무판 위에서 수천 번의 칼질을 견디며 시대를 관통하는 서늘한 칼날의 온기를 전하고 있는 목은 김영미 작가. 그가 대중 앞에 묵묵히 서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서각이 박물관이나 전시장의 빛바랜 골동품이 아닌 오늘날 현대인들의 지친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살아있는 예술’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현대 공간과 호흡하는 서각의 변신

과거의 서각이 사찰의 현판이나 무거운 궁궐의 주련처럼 전통적이고 무거운 권위를 상징했다면, 김영미 작가가 선보이는 현대 서각은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조형미를 뿜어낸다.


김 작가는 전통적인 오방색의 무거움을 과감히 내려놓고, 아크릴과 천연 안료, 모던한 질감을 혼합하여 시각적 확장성을 꾀한다. 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은 전통 한옥은 물론, 세련된 아파트 거실이나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카페, 오피스 공간에도 이질감 없이 스며든다.


“서각은 공간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과 호흡해야 한다”


그의 말처럼 김영미 작가의 칼끝에서 탄생한 현대 서각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감각적인 오브제로 재탄생한다. 음각과 양각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입체적 기법은 빛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평면의 캔버스가 줄 수 없는 깊은 생동감을 선사한다.


◇칼끝이 건네는 위로, 작업실에서 피어나는 ‘예술적 연대’

김영미 작가가 품은 예술적 지향점은 ‘치유와 연대’라는 이름으로 확장된다. 자신만의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지역 사회와 적극적으로 호흡하며 서각이 주는 위로를 함께 나누고 있다.


그의 작업실에는 연령도, 직업도 다양한 이들이 모여든다. 저마다 삶의 무게와 피로를 안고 찾아온 수강생들은 거친 나무판 앞에 앉아 망치를 쥐고 칼을 든다. 한 땀 한 땀 나무를 파내려 가는 정직한 노동 속에서, 사람들은 일상의 잡념을 비워내고 온전히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무의 속살을 파내는 행위는 결국 내 안의 욕심과 번잡한 마음을 덜어내는 과정과 같다. 깊게 파내 비워낼수록, 그 자리에 더 깊은 울림과 빛이 머물게 된다”


수강생들이 묵묵히 나무를 깎아내려가며 마침내 완성된 글귀를 마주할 때, 작업실 곳곳에서는 작은 탄성과 함께 깊은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김 작가는 이 과정을 기술 전수의 차원을 넘어선 ‘마음의 치유’라고 부른다. 각박한 경쟁 사회에서 지친 현대인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나무라는 매개를 통해 단단한 연대를 경험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역에 뿌리내려 세계를 향하는 ‘새김의 미학’

포항이라는 지역적 토양에 깊게 뿌리내리면서도, 전국적인 무대에서 한국 서각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김영미 작가. 그는 지역 문화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류전을 기획하고, 후학들에게 올바른 '나무를 대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기술은 연습하면 늘지만, 나무의 결을 읽고 그 생명력과 대화하는 법은 온전히 마음을 닦아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나무를 만지고 칼을 다루느라 거칠어진 그의 손끝에 박힌 굳은살은, 예술가로서 걸어온 치열한 세월의 훈장이자 타인을 품기 위해 넓어진 포용력의 다른 이름이다.


속도만을 강요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묵묵히 칼끝으로 나무의 결을 어루만지며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김영미 작가의 작업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전통은 흐르는 물처럼 시대의 호흡을 담아내야 한다. 젊은 세대와 이웃들이 내 작품을 통해 서각의 매력을 느끼고, 지친 삶 속에서 작은 위로와 영감을 얻어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랄게 없다”


나무라는 가장 차가운 속살에 인간의 가장 뜨거운 온기를 새겨 넣는 서각작가 김영미. 포항의 바다내음과 숲의 향기를 품은 그의 거침없는 칼끝에서, 우리 시대가 잃어버렸던 ‘느림과 울림의 가치’가 앞으로도 더욱 선명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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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11.02 13:55 수정 2026.11.0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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