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켭니다. 행간에 담긴 마음의 떨림 속에서 바쁜 일상에 잊히기 쉬운 '인권과 존엄'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인권온에어가 전하는 詩 한 편이 당신의 오늘에 다정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잘 익었나, 통통통
마트에서 수박을 고를 때면 괜히 손가락부터 움직인다. 이쪽도 두드려 보고 저쪽도 두드려 본다. 사실 어떤 소리가 좋은 건지 정확히 모르면서도 제법 전문가처럼 귀를 기울인다. 남궁정원 시인도 수박을 두드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박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검사
통통통
잘 익었는지 보려고
수박을 두드렸다
수박이 말했다
“속을 알고 싶다면서
왜 자꾸
겉을 때리세요?”
_남궁정원
처음에는 웃음이 난다. 수박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수박이 따지는 장면이라니. “속을 알고 싶다면서 왜 자꾸 겉을 때리세요?”라는 말은 엉뚱한데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속이 궁금한 사람은 열심히 겉만 두드리고 있다.
그래서 이 시는 수박에서 조금 더 멀리 간다. 사람을 만날 때도 우리는 비슷한 일을 한다. 옷차림을 보고, 표정을 보고, 몇 마디 말을 들어 본 뒤 마음속에서 슬쩍 결론부터 낸다. 친해지고 나서 “처음엔 이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는 일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다.
겉을 보는 일이 잘못이라는 말은 아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보이는 것은 결국 겉모습과 말투부터다. 다만 그것만으로 그 사람의 속까지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수박도 몇 번 두드렸다고 속살이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
사람의 마음은 더 어렵다. 웃고 있어도 힘든 사람이 있고, 말이 적다고 마음까지 차가운 것은 아니다. 무뚝뚝한 사람이 오히려 오래 챙겨 주기도 하고, 첫인상이 어려웠던 사람이 가장 편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사람을 조금 오래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궁정원 시인의 수박은 결국 아무 말 없이 한마디를 남기고 간다. 속을 알고 싶으면 너무 서둘러 판단하지 말라고. 물론 다음번에도 우리는 수박 앞에서 또 통통통 두드릴 것이다. 나도 그럴 것 같다.
다만 사람 앞에서는 손을 조금 늦춰도 좋겠다.
시인 소개

남궁정원 시인은 파티조아 대표로 활동하며 한국감성시협회 기획본부장, 국제평생교육연구협회 부회장, 한국감성캘리그라피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윤보영시인학교 전문강사과정과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시·글쓰기 교육과정을 이수했으며, 한국감성시협회 아하시 4기·6기 과정을 수료했다. 시집 ‘그대를 닮은 봄’, ‘참 좋다’ 등을 펴냈고, 한국감성시협회 아하시 동인시집 4집 ‘모든 것이 아하!’를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