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켭니다. 행간에 담긴 마음의 떨림 속에서 바쁜 일상에 잊히기 쉬운 '인권과 존엄'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인권온에어가 전하는 詩 한 편이 당신의 오늘에 다정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문 닫은 뒤에야 생각난 곳
동네를 걷다가 익숙한 가게가 사라진 것을 뒤늦게 발견할 때가 있다. 분명 몇 번 들렀고, 없어지면 아쉬울 것 같았는데 정작 마지막으로 간 날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신용주 시인에게는 동네 서점이 그랬다. 처음에는 다른 이유를 생각했다가, 결국 자신의 ‘가끔’을 돌아본다.
동네 서점
가끔 가던
동네 서점이 사라졌다
대형 서점
인터넷 서점 탓인 줄 알았다
생각해 보니
문을 닫게 한 데는
내 ‘가끔’도
한몫했다.
_신용주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남을 떠올린다. 대형 서점도 많아졌고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일도 익숙해졌다. 동네 서점이 사라진 이유를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시인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내 ‘가끔’도 / 한몫했다”고 쓴다.
이 대목에서 조금 뜨끔해진다. 좋아한다고 말했던 곳에 나는 얼마나 자주 갔을까. “거기 참 좋았는데”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정작 문을 열고 들어간 날은 몇 번이나 됐을까. 없어지고 나면 아쉽고, 있을 때는 다음에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이 자꾸 밀리다 보면 어느 날 문이 닫혀 있다.
동네에는 그런 곳이 하나씩 있다. 주인이 얼굴을 알아보던 작은 가게, 오래된 식당, 커피 한 잔 마시며 잠깐 앉아 있던 곳. 특별한 날에 가는 곳은 아니지만 사라지고 나면 골목 한쪽이 비어 보인다. 늘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오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 시가 좋은 건 누구를 탓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거창하게 동네 서점을 살려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가끔’ 하나를 슬쩍 꺼내 놓는다. 그런데 그 한마디 때문에 읽는 사람도 자기 동네의 어떤 가게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나 역시 그런 곳이 생각난다. 지나가며 “언제 한번 가야지” 했던 곳. 마음으로는 단골인데 실제로는 몇 달에 한 번 들렀던 곳. 좋아하는 마음에도 가끔은 발걸음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신용주 시인의 ‘동네 서점’은 문을 닫았다. 이제 와 다시 갈 수는 없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는 건 서점보다 ‘가끔’이라는 말이다. 짧은 단어 하나인데, 읽고 나면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시인 소개

신용주 시인은 윤보영시인학교 감성시 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했으며 한국감성시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감성시협회 감성시 과정과 아하시 1기·2기·3기·5기 과정을 수료했으며, 동인시집 ‘오늘도 아하!’, ‘내일도 아하!’, 아하시 3집 ‘언제나 아하!’를 출간했다. 일상에서 스쳐 가는 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감성시와 아하시를 꾸준히 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