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효의 AX 성형외과 칼럼 1편] 대체 가능한 사람이 되라

누구보다 빠르게 AX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는 스마트한 대한민국 성형외과

 

“ 당신은 이사지만, 내 직속 상사는 아니잖아요.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죠? ”

 

총괄이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진료부의 한 실장에게 들은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조직도상 그의 보고 라인은 원장이었고, 나는 그 바깥에 있었다. 

그 무렵 병원 매출은 크게 올라 있었지만, 숫자는 이 질문에 아무 답도 해주지 못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지만, 병의원은 늘 사람이 모자란다. 

지원자만 오면 일단 뽑고 보는 곳도 적지 않다. 그렇게 들어온 사람은 또 쉽게 떠난다. 

사람을 붙잡기 어려운 시대일수록, 사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 구조가 더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그 구조는 누가 만드는가. 바로 중간관리자다. 하지만 직함은 권한을 줄 뿐 권위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출발점은 역설적이다. 

 

중간관리자는 스스로 대체 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가 없어도 돌아가는 체계를 만들 때, 비로소 사람들이 따른다.

 

AI 활용 이미지 (성형외과 상담 장면)

 

대체 불가능함은 능력이 아니라 위험이다 

 

많은 관리자가 자기만 아는 일을 쥐고 있어야 자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 매달린 구조는 그 사람이 떠나는 날 함께 멈춘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이다. 처음 이 병원에서 일할 때 부서마다 기록 양식을 만들었고, 꽤 잘 돌아갔다. 그런데 몇 년 뒤 내가 병원을 떠나자, 양식은 남아 있었지만 아무도 채우지 않았다. 빠진 것을 찾아내고 규칙을 다시 말하던 사람이 사라지자 규칙도 함께 사라진 것이다. 시스템처럼 보였을 뿐, 실제로는 한 사람의 손에 매달린 구조였다.

 

AI 활용 이미지 (성형외과 시스템 설계)

 

업계 상황을 보면 이 위험은 더 커진다.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5월 발표한 실태조사에서 조합원의 64.6% 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셋 중 둘이 떠날 생각을 하는 곳에서, 특정한 사람에게 기대는 운영은 언제든 멈출 수 있다. 그 사람이 직원이든 관리자 자신이든 마찬가지다.

 

명령과 설득은 오래가지 못한다 

 

권위가 없는 관리자가 흔히 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원장의 이름을 빌려 지시하거나, 한 사람씩 설득하거나. 

앞의 것은 시키는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원래대로 돌아가고, 뒤의 것은 말을 멈추는 순간 끝난다. 둘 다 결국 관리자 한 사람에게 매달린 방식이다. 필요한 것은 세 번째 길, 사람이 아니라 기록이 말하게 하는 것이다.

 

기록하고, 평가하고, 보상하라 

 

기록하고, 그 기록으로 평가하고, 평가한 대로 보상한다. 셋 중 하나라도 끊기면 나머지도 무너진다. 

 

기록은 양식부터 줘야 한다. 기록하라고 말만 하고 양식을 주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는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의 문제다. 그리고 쌓인 기록은 직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내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연말에 한 해의 기록을 모두 앞에 펼쳐 보였다. 직원들은 그때 처음으로 매일 귀찮게 쓰던 기록이 어디에 쓰이는지 봤고, 그날부터 기록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일이 됐다.

 

AI 활용 이미지 (성형외과 회의)

 

평가는 위에서만 내려다봐서는 안 된다. 

팀원이 팀장을 평가하게 하면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자기가 놓친 일에는 설명이 길고 팀원이 놓친 일은 한 줄로 끝나는 팀장이 있다면, 매일 옆에서 일하는 사람들 눈에는 이미 다 보이고 있다. 보상은 반드시 실제로 이어져야 한다. 

각자의 성과와 기여, 팀의 기여를 따져 사람마다 다르게 주되, 기준을 낱낱이 공개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논란이 되기 쉽다. 중요한 것은 평가가 실제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경험이다. 직원들이 관리자를 인정하는 순간은 매출이 오를 때가 아니다. 

평가 결과가 자기 통장에 실제로 들어올 때다. 업계에는 이 고리가 처음부터 없는 곳이 많다. 보건의료노조가 의원급 의료기관 노동자 443명을 조사했더니, 같은 의원에서 오래 일해도 임금이 오르는 구조가 아니었고 직장을 옮기면 경력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다. 오래 남을 이유가 기록되지도, 보상되지도 않는 셈이다.

 

AI에게는 반복을, 사람에게는 판단을 

 

이 과정에서 AI는 사람이 가장 귀찮아하는 일을 맡기기에 좋다. 

흩어진 기록을 항목별로 정리하고, 본인 평가와 팀장 평가를 나란히 놓고 그 차이를 읽어내는 일이다. 

다만 순서가 먼저다. 삼일PwC 조사에서 경영자의 56%가 AI로 매출이나 비용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기준과 기록 없이 도구부터 들이면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이 연재에서는 개발자가 아닌 병원 관리자가 AI에게 무엇을 맡겼고, 끝내 무엇은 사람이 해야 했는지를 하나씩 꺼내 보려 한다.

 

AI 활용 이미지 (AI와 협업하는 성형외과)

 

원장이 먼저 결정해야 한다 

 

관리자가 자기 일을 내려놓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관리자 본인이 아니라 원장이다. 

시스템을 만든 사람을 평가에 반영하고, 그렇게 비워진 시간에 더 중요한 일을 맡겨야 한다. “이제 그거 금방 하네, 시간 남겠다”며 일만 얹으면, 그 병원에서는 다시는 아무도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다.

 

AI 활용 이미지 (성형외과 인사 평가)

 

그 실장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직함만으로는 누구의 상사도 될 수 없다. 

사람들이 따르는 것은 직함도, 특정한 사람도 아니다. 누가 그 자리에 앉아도 똑같이 돌아가는 체계다. 

 

그러니 중간관리자는 대체 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래를 내려놓아야 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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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 코너> AI에게 건넨 첫마디

 

“우리 팀이 매일 하는 일 중에서, 내가 없으면 멈추는 일을 찾아 목록으로 정리해 줘. 

그리고 각각을 다른 사람이 해도 똑같이 되려면 어떤 양식이 필 요한지 알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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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삼일PwC, 「제29차 연례 글로벌 CEO 설문조사」 보고서, 2026.1.20. (95개국 CEO 4,454명, 조사 기간 2025.9.30~11.10) 

2.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2026년 현장 실태조사」 결과 발표(2026.5.26, 국회도서관 토론회) — 오마 이뉴스, 「“보건의료노동자 3명 가운데 2명 꼴 이직 고려”」, 2026.5.28. 

3.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의원급 의료기관 노동자 443명 임금 구조 조사 — 메디게이트뉴스, 「보건의료 노조, 의사가 간호조무사 임금 9배, 격차 심화…정부·의협 격차 해소 대책나서야」, 2026.10.14.

 

<필자 소개> 강 지 효 칼럼리스트

 

現 더라인성형외과 총괄이사

現 대한병원실무전문가협회 부협회장

現 경희대학교 의료경영 MBA 과정 

 

광고대행사 AE로 마케팅을 시작해 안과 전문병원, 결혼정보회사, 여러 성형외과의 마케팅 총괄을 거치며 20년 넘게 마케팅 현장에 있었다. 더라인성형외과에 마케팅팀장으로 입사해 마케팅이사를 거쳐, 현재는 진료부까지 아우르는 총괄이사로 병원 운영 전반을 맡고 있다. 의사가 아닌 관리자로서 기록과 평가, 보상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방법을 고민해 왔으며, 개발자가 아니면서도 AI를 활용해 인사평가와 수술 인계지, 근무 기록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원내 교육 프로그램도 5년째 직접 운영 중이다. 현장에서 부딪히고 바꿔 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병원을 만드는 방법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작성 2026.11.02 19:57 수정 2026.11.0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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