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희망으로 “선생님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던 초등학 교 3학년 아이는 훗날, 어른이 돼 정말로 선생님이 됐습니다.
그 아이는 무려 30년이나 ‘누군가를 가르치며’ 살게 될 줄 그 때 알았을까요.
그리고 올해 8월, 그 긴 시간을 몸 담고 있던 대학에서 선생으로서의 여정을 끝맺었습니다.
선생이 되고 싶은 건 그저 희망 사항이었습니다. 대학원 전공도 학사 때와 같은 시각디자인을 선택했기에 가르치는 일과는 다른 직업을 가질 확률이 더 높았지요.
그런 제가 어떻게 선생님이 되었을까요.
돌이켜 보면 제게 는 가르치는 게 무엇인지 몸소 알려 주신 중학교 국사 선생님이 계십니다.
작은 키에 동그란 테두리 안경을 콧잔등에 걸친 선생님은 매 수업 시작 전, 손 글씨로 쓴 ‘시’ 한 편을 우리에게 읽어 주셨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에게 ‘시’는 시어를 해석해야 하는, 머리 아픈 장르일 뿐, 시를 즐길 줄 몰랐지요.
그럼에도 선생님은 나직한 톤으로 시를 낭송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늘 2∼3분 정 도 침묵하셨다가 “얘들아. 어때, 좋지?”라고 묻곤 하셨지요.
우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 누구 하나 시 에 대한 감상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잠깐의 침묵이 시를 듣던 우리의 느낌을 온전히 존중해, 담아 주시는 선생님 마음처럼 느껴져 참 좋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실 모두의 생각이 귀하게 대접받는 듯 한, 그래서 우리가 특별한 존재인 듯 느껴졌던, 아직도 저를 따듯하게 하는 장면입니다.
그 기억이 저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시작점이 됐을까요.
선생님이 그 공간 안에서 시를 매개체로 제시하던 방향성이나 정서적 교류의 효과는 분명 시너지로 작용했습니다.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존재’로서의 역할, ‘선생님’이 꿈 리스트에 매력적인 직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된 거지요.
해마다 3월 2일, 신입생 입학식 날이 되면 마침, 그날이 생일인 저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설렘으로 가슴이 뛰었습니다.
20대의 풋풋한 그들과 마음의 추를 같은 선상에 두려 애쓴 것도 세월을 건너오는 원동력이 됐지요.
강의실에서 젊은 얼굴을 보느라 정작, 제가 나이 드는 것도 잊고 지냈습니다.
30여 년을 견딜 수 있었던 캠퍼스의 미학 덕분입니다.
그런 저는 국사 선생님처럼 오롯이 제자들을 존중하며 지내 온 것일까라는 질문 앞에 섭니다.
‘나도 선생님처럼 따듯이 가르치고 싶다’라는 첫 번째 동기를 잊지 않고 지낸 세월이었는지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어 보는 겁니다.
K People Focus 김윤경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 학사, 석사, 박사 | 미국 RISD(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디자인교육학 석사
| 포토 에세이북 『두 개의 시선』
| 출간 [가르친다는 건 곧 사랑한다는 것] / 에피쿠로스의정원
| 대학에서 30년 동안 창작자들을 교육하며, 가르치는 일을 소명으로 여겨, 디자인 교육과 과정으로의 글쓰기에 힘썼다.
| 물성으로서의 책을 여전히 사랑하며, 오랜 시간을 인내해 온 모든 것들을 존경한다. 익숙한 것을 낯선 시선으로 보는, 탐험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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