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주민참여예산의 전국적 연대, 출범을 넘어 실천으로

▲박동명 | 법학박사·전국주민참여예산광역단체협의회 상임대표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박동명 법학박사는 현재 서울특별시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장과 전국주민참여예산광역단체협의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결산검사위원,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예산·결산과 의회 실무, 연구·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주민참여예산 협력기구의 출범 의의와 향후 과제를 제시한다.




주민이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참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검토됐는지, 반영되지 않았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선정된 사업이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의 가치는 참여자의 숫자보다 참여 이후의 변화에서 드러난다.

지난 10월 14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전국주민참여예산광역단체협의회가 출범했다. 각 지역의 운영 경험을 연결하고, 공동연구와 교육, 정책협의를 통해 주민참여예산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출발이다.

 

필자는 이번 창립총회에서 초대 상임대표를 맡게 됐다. 기쁨과 감사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전국의 위원장과 위원들이 보내 준 기대를 행사와 선언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출범 자체가 아니라, 그 조직이 주민참여의 현장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이다.

 

지역의 차이는 존중하고, 참여의 격차는 줄여야 한다

 

전국적인 협의기구의 의의는 지역의 경험을 공동의 정책자산으로 만드는 데 있다. 한 지역의 좋은 교육과 심의방식은 다른 지역의 참고가 될 수 있다. 실패와 한계까지 함께 분석한다면 같은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협의회는 지역 위원회를 지휘하는 상급기관이 아니라 서로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수평적 협력기구가 되어야 한다.

 

전국적인 협력이 제도의 획일화를 뜻해서는 안 된다. 인구와 재정 여건이 다른 지역의 위원 수와 운영방식을 하나로 맞출 필요는 없다. 다만 충분한 정보 제공과 기본교육, 공정한 토론, 결과 설명은 어느 지역에서나 충실하게 보장돼야 한다. 운영방식은 달라도 주민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수준까지 달라져서는 안 된다.

 

우선적인 개선과제는 주민제안에 대한 설명책임이다. 모든 제안을 예산에 반영할 수는 없지만, 변경하거나 반영하지 못했다면 구체적인 이유를 알려야 한다. ‘예산 부족’이나 ‘추진 곤란’이라는 통보만으로는 주민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역할을 존중하면서도, 주민의 의견을 성실하게 검토하고 처리 결과를 공개하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선정된 사업 역시 예산편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계획대로 집행됐는지, 주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갔는지 살펴야 한다. 제안과 선정에서 집행·결산·성과평가까지 참여를 연결하고, 그 결과를 다음 사업의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 사업 건수와 예산 규모만큼 토론의 충실성과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

  

교육과 연구가 일상적인 활동이 되어야 한다

 

주민참여의 전문성은 주민에게만 요구할 일이 아니다. 예산자료와 사업계획서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와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먼저다. 협의회는 예산의 기본 구조, 사업의 필요성과 중복성, 비용과 효과, 집행·성과 점검 등을 다루는 공동교육을 추진해야 한다. 공통 교재와 심의 점검표를 개발하되 지역별 사례를 보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교육과 연구의 성과는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위원과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경험이 사라진다면 제도는 같은 학습비용을 반복하게 된다. 조례 비교자료와 운영사례, 교육교재뿐 아니라 실패의 원인과 개선 과정도 축적해야 한다. 사람은 바뀌어도 지식과 경험이 이어지는 구조가 협의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연계도 강화해야 한다. 주민제안이 소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기관 사이를 떠돌지 않도록 초기 검토와 담당 기관 연결, 결과 안내까지 이어지는 절차를 연구해야 한다. 공동조사로 확인한 문제는 국회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의 정책협의를 통해 제도개선 과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개별적인 건의를 모으는 수준을 넘어 원인과 대안을 근거를 갖춰 제시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공공데이터는 자료 검색과 비교분석을 돕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제안을 자동으로 탈락시키거나 사람의 토론과 판단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을 위한 대면 참여도 병행해야 한다. 기술은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도구이지 새로운 문턱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조직의 크기보다 실천의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행정에 투명성을 요구하는 조직이라면 자신의 운영부터 투명해야 한다. 지역 간 균형과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회비와 사업비의 사용내역을 회원에게 공개해야 한다. 협의회의 명칭과 직위가 특정 개인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출범 초기에는 연락망과 운영체계를 정비하고 공동조사와 교육, 정책협의를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처음부터 조직 확대나 법적 지위를 앞세우기보다 교육이 현장에서 활용되는지, 연구가 운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부터 입증해야 한다. 제도화는 이러한 성과와 필요성을 확인하며 단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상임대표로서 더 많이 듣고, 함께 결정하며, 결과를 설명하는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서울의 경험을 전국과 나누고, 다른 지역의 좋은 실천을 겸허히 배우겠다. 임기가 끝난 뒤에도 공동의 기록과 교육, 협력의 관행이 남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책무다.

 

협의회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가 아니라, 함께한 결과 주민의 참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지역의 경험이 전국의 자산이 되고, 전국의 협력이 다시 주민의 삶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출범의 의의이며, 이제 실천으로 답해야 할 과제다.



박동명

▷법학박사, 전국주민참여예산광역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서울특별시 시민참여예산위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저서> 주민참여예산의 이해와 운영 전략(2026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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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주민참여예산광역단체협의회 출범…국회서 창립결의문 발표



작성 2026.10.17 01:57 수정 2026.10.17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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