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수나라 시기의 장성 유적이 처음 확인됐다고 현지 고고학 기관이 발표했다. 창핑(昌平) 다링거우(大岭沟)의 초기 장성 방어시설을 발굴한 결과다. 조사팀은 출토 동전과 도자기 등을 근거로 주요 사용 시기를 북제와 수나라로 판단했으며 금나라 때도 일부 이용됐다고 설명했다. 관광지에서 흔히 보는 명대 장성보다 이른 시기의 방어 체계를 연구할 자료가 확보된 것이다.
베이징시 정부 홈페이지는 11월 2일 베이징일보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발표는 10월 31일 열린 징진지 고고학 학술 교류와 베이징 공공 고고학 행사에서 이뤄졌다. 실제 발굴은 올해 8~10월 진행됐다. 발굴 시점과 성과 발표, 기사가 공개된 날짜가 각각 다르다. 유적이 처음 만들어진 시대를 오늘 발견했다는 소식도 별도의 시간 축을 갖는다.
발굴 면적은 800㎡이며 도기와 자기, 금속 유물 60여 점·세트가 나왔다고 소개됐다. 건축 부재와 생활용품, 무기 등이 포함된다. 수나라 오수전과 해당 시기 특징을 가진 도자기가 연대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다만 출토품 하나의 시대가 건물 전체의 모든 사용 시기를 곧바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조사팀은 여러 자료와 전문가 검토를 종합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의 ‘처음’은 베이징 지역에서 수대 장성 유적이 확인됐다는 범위다. 중국 전체에서 수나라 장성을 처음 찾았다는 뜻은 아니다. 지역과 시대를 함께 밝혀야 발견의 의미가 정확해진다. 장성은 한 시대에 한 번 건설된 단일 시설로만 볼 수 없고 여러 시기의 방어시설과 이용 흔적이 겹칠 수 있다. 이번 유적도 주요 시기와 이후 이용을 함께 설명한 사례다.
유적의 연대를 정하는 과정은 겉모양만으로 이름을 붙이는 작업과 다르다. 어느 층에서 어떤 물건이 나왔는지, 건축의 구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한 기록이 함께 필요하다. 비슷하게 보이는 벽도 만들어진 때와 사용 목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전과 도자기는 이런 판단을 돕는 자료지만 출토 맥락과 분리되면 알려 주는 정보가 줄어든다. 현장 기록이 발굴 성과의 일부가 되는 이유다.
여러 시대의 흔적이 겹치면 건축과 사용을 구분하는 문제도 생긴다. 시설이 처음 세워진 뒤 보수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 시기의 유물이 나왔다고 최초 건설 시점까지 같은 때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오래된 물건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변의 모든 구조가 같은 시대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조사 결과는 이런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따라 구체적인 역사 자료가 된다.
초기 방어시설의 위치는 장성의 선형뿐 아니라 주변의 이동과 지형을 연구하는 데 연결될 수 있다. 어떤 공간을 바라보고 어떻게 접근했는지가 시설의 기능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 지점의 발견으로 전체 방어 체계의 모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유적과 문헌, 지역 조사 결과가 더해져야 시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새로운 자료는 기존 지도를 보완할 근거가 된다.
성과를 공개하는 자리에는 발굴과 연구의 여러 단계가 함께 등장한다. 현장에서 조사한 사실과 이를 바탕으로 제안한 해석, 앞으로 확인할 질문은 각각 성격이 다르다. 발견의 중요성을 소개하더라도 이 구분이 유지돼야 후속 연구가 무엇을 바꿨는지 알 수 있다. 현재의 판단이 새로운 자료로 정교해질 가능성은 연구의 약점이 아니라 검토가 이어지는 과정의 일부다.

공공 고고학은 이런 판단의 근거를 시민에게 전달하는 활동과 연결된다. 유물의 외형과 가격에만 관심이 모이면 당시 생활과 공간의 정보는 뒤로 밀릴 수 있다. 발굴 현장의 기록과 연대 판단 과정을 설명하면 물건이 어떤 질문에 답하는지 드러난다. 연구자가 무엇을 직접 확인했고 어디에 추론이 들어갔는지도 함께 전달될 수 있다. 전문 자료를 쉽게 설명하는 작업에도 근거의 구분이 필요한 셈이다.
유적의 확인과 관광지 개방은 다른 절차다.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일반 관람이 즉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발굴지의 보존 상태와 관리, 주변 시설과 동선이 별도로 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보도는 고고학 연구의 성과를 소개한 것이며 새로운 관광 상품의 판매 공고가 아니다. 방문을 권하는 정보와 학술적 발견을 전하는 정보는 적용 범위가 다르다.
장성 연구에서는 새 발견과 기존 시설의 보호도 연결된다. 땅 위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내부에 남은 시대별 흔적과 주변 환경을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외형을 빠르게 복원하는 방식은 원래 자료와 이후 보수의 차이를 흐릴 수 있다. 어떤 부분이 확인된 흔적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도 이어진다. 발굴과 기록, 보호와 공개는 각각 다른 역할을 맡는다.
발굴 현장의 위치와 보존 상태를 설명하는 자료도 연구의 일부다. 같은 건축 흔적이라도 주변 지형과 다른 시설의 관계가 드러나면 해석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이는 후속 조사에서 검토할 수 있는 조건이며 이번 발표만으로 모든 연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링거우의 이번 성과는 베이징의 장성사를 더 이른 시기까지 살펴볼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됐다. 확인된 범위는 발굴지와 출토 자료, 이를 종합한 시대 판단이다. 한 유적의 발견이 전체 장성의 역사를 모두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다른 지점의 조사와 자료 비교가 이어지면 초기 방어시설의 위치와 연결, 이후 사용의 모습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참고자료]
베이징시 정부·베이징일보, 11월 2일 다링거우 초기 장성 유적의 발굴과 시대 판단 근거 소개.
베이징일보, 10월 31일 다링거우 장성 방어시설의 연구 성과와 성문 구조 보도.
北京确认隋代长城遗存,出土物成为断代依据
北京11月2日介绍大岭沟早期长城戍堡遗存考古成果,主要使用年代判定为北齐、隋代,金代仍有沿用。成果于10月31日公布,发掘在8月至10月进行。隋五铢和相关瓷器为断代提供依据。“首次”指北京地区,研究发现与开放游览并非同一程序。
[어휘풀이]
遗存 / yícún / 유적·남은 흔적
戍堡 / shùbǎo / 방어 요새
考古 / kǎogǔ / 고고학
沿用 / yányòng / 계속 사용하다
发掘 / fājué / 발굴
断代 / duàndài / 연대 판정
依据 / yījù / 근거
游览 / yóulǎn / 관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