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 대책을 세워라

▲박동명/(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박동명 법학박사는 노동법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노동법을 강의했으며,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특별시 시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장과 선진사회정책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법 연구·교육과 의회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시장 양극화의 문제를 살피고, 공공계약의 책임성 강화와 공정한 보상, 사회안전망 확충,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동을 위한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일자리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생활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고용정책의 성과를 취업자 수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는가와 함께, 어떤 조건에서 일하고 다음에는 어떤 기회를 얻는가를 물어야 한다.


국가데이터처가 10월 2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6∼8월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405만2천 원, 비정규직은 211만2천 원으로 격차가 194만 원이었다.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은 38.5%였다. 다만 이는 근로시간 등을 조정하지 않은 수치이므로, 격차 전체를 동일한 노동에 대한 차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근로시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으로 대책을 대신할 수도 없다. 일한 시간에 비해 보상이 낮은 문제와 충분히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문제를 구분해 해결해야 한다. 필자는 노동시장 양극화의 해법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보다 공정한 보상, 기본적 보호,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기회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공공예산부터 노동의 제값을 지급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간기업에 좋은 일자리를 요구하기 전에 자신의 계약과 예산부터 점검해야 한다. 위탁·용역 예산을 줄인 성과가 현장 노동자의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을 대가로 얻어진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정부는 지난 9월 ‘공공부문 도급 노동자 보호지침’을 마련해 고용유지·승계, 노무비의 구분 공개와 목적 외 사용 금지, 계약 전 과정의 관리 등을 제시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침을 추가하는 일보다 실제 계약과 임금 지급에 반영하는 일이다. 


발주 단계부터 적정한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안전관리 비용을 반영하고, 계약 이후에는 해당 재원이 노동자에게 지급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방의회도 민간위탁비의 총액만 볼 것이 아니라 인건비 산출근거와 실제 지급액, 고용승계와 사회보험 가입 여부를 예산심사와 행정사무감사에서 점검해야 한다. 공공예산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차별 시정과 중소기업의 지급능력을 함께 높여야 한다


임금차별 시정은 강화하되, 판단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간제법은 법정 비교대상과 적용 요건을 전제로 기간제·단시간근로자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 이러한 권리가 실제 구제로 이어지도록 상담과 법률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직무와 책임, 숙련과 노동조건의 차이는 합리적으로 평가하되, 고용형태만을 이유로 한 불이익은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직무·고용형태별 임금과 복리후생 정보를 비교할 수 있는 공시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계약서의 명칭이 노동의 가치를 대신 판단하게 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에는 임금을 올리라는 요구와 함께 지급능력을 높일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불합리한 납품단가 인하와 대금 지급 지연을 바로잡고, 생산공정 개선과 공동훈련, 기술 도입을 지원해야 한다. 지원 성과는 설비 도입이나 교육 횟수가 아니라 생산성 개선이 임금과 고용의 질에 얼마나 연결됐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원청과 협력업체가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나누는 협약도 확대할 만하다. 정부 지원을 협력업체 노동자의 실제 처우 개선과 연계한다면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함께 높일 수 있다.


고용형태가 바뀌어도 보호가 이어져야 한다


임금 격차와 함께 사회적 보호의 격차도 줄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 확대를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의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우선 법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누락된 노동자와 제도상 적용에서 제외된 노동자를 구분해야 한다. 전자에는 가입 확인과 법 집행 강화가, 후자에는 적용기준과 지원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저소득 노동자와 영세사업주의 보험료 부담도 함께 덜어 주어야 한다.


직업훈련과 복지 지원 역시 이직이나 계약 종료로 필요한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여러 일자리를 오가는 노동자의 소득과 가입 이력을 적법하게 연계하고, 신청 절차를 단순화해 제도를 몰라서 보호받지 못하는 일을 줄여야 한다.

시간제 노동을 일률적으로 나쁜 일자리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돌봄과 학업 등을 위해 선택한 시간제 노동은 존중하되, 전일제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근로시간 확대와 전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책의 목표는 비정규직 비율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불안정성을 줄이는 데 있다.


취업자 수보다 임금과 경력의 변화를 평가해야 한다


노동시장 양극화는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기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발표한 연구에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청년의 취업 준비와 노동시장 진입을 늦추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규모와 고용형태는 다른 구분이지만, 두 측면을 함께 살펴야 고용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 간에 통용되는 직무능력과 경력 인정체계를 강화하고, 지역대학·훈련기관·기업이 실제 채용수요에 맞춘 교육을 운영해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가 훈련받는 동안에는 생계와 돌봄 부담도 덜어 주어야 한다. 교육비를 지원해도 일할 시간을 줄일 수 없다면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동을 대기업 취업으로만 이해해서도 안 된다. 중소기업에서도 숙련이 쌓이면 임금과 책임이 높아지고, 다른 기업으로 옮길 때 그 경험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고용지원사업의 평가방식도 바꿔야 한다. 채용 인원과 교육 횟수만으로 성공을 선언하지 말고, 지원 이후 6개월·12개월의 고용 유지와 임금 개선, 사회보험 가입, 경력 발전을 확인해야 한다. 제도개선 논의에는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목소리도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는 어느 한 집단의 보호를 낮추는 방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공계약의 책임을 높이고, 기업의 성장과 공정한 보상을 연결하며, 일자리를 옮겨도 보호와 기회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만들어야 할 것은 ‘취업자가 늘어나는 경제’를 넘어 ‘일하면 생활이 나아지고, 경력이 쌓이면 다음 기회가 열리는 노동시장’이다.노동의 출발점이 평생의 신분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예산과 계약, 제도와 평가를 바꿔야 한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저서> 지방의회 운영 실무 (2026년), 여성과 법률 등 다수



작성 2026.10.22 02:24 수정 2026.10.2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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