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전승환] 밀값이 오를 때마다 소비자가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

▲전승환/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밀·설탕·식용유 가격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밀가루의 원료인 소맥 가격은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설탕과 식용 유지류도 상승세다.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과자와 빵,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원재료 가격 상승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원재료값이 오를 때마다 그 부담을 소비자가 가장 먼저, 가장 직접적으로 떠안는 구조다.


기업과 정부가 각각 책임져야 할 지점도 분명하다. 먼저 기업의 책임이다. 원재료 가격이 올랐다면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다. 기업도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경제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 인상에는 최소한의 설명 책임이 따른다.


소맥 가격이 40% 올랐다고 해서 밀을 원료로 사용하는 모든 제품의 원가가 40%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제품 원가에서 소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 환율과 물류비 등 다른 비용은 어떻게 변했는지, 원가 상승분 가운데 얼마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는 이런 정보를 충분히 알기 어렵다. 결국 기업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는 그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이 가격을 올릴 권리가 있다면, 소비자에게 그 가격의 근거를 설명할 책임도 있다. 특히 원재료 가격이 내려갔을 때는 어떤가.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하거나 원가 부담이 완화됐을 때 제품 가격도 그에 맞춰 내려가는지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왔다.


가격 인상은 빠르고 가격 인하는 느리다면 시장의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업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말 원가 부담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면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이 져야 할 책임이다.


정부의 책임은 다르다. 정부가 기업에 무조건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 기업의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가격을 억지로 눌러놓으면 결국 공급이나 품질, 다른 비용으로 문제가 이동할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어떻게 국내 식품가격으로 전이되는지,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을 때 국내 제품 가격도 함께 움직이는지, 특정 품목에서 가격 인상이 비슷한 시기에 반복되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안전판도 마련해야 한다.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 확대, 공급망 안정화 등을 통해 특정 원자재 가격 급등이 국내 물가 전체로 번지는 것을 완화해야 한다.
기업이 가격의 ‘설명 책임’을 진다면, 정부는 시장의 ‘감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동안 물가가 오를 때마다 정부가 내놓는 대응은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기업 압박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마다 기업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밀·설탕·유지류 가격 상승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랐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끝내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의 원가 상승이 실제로 발생했고 그것이 소비자 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야 한다.


기업 역시 ‘원가가 올랐으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원가 상승분과 가격 인상 폭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가격을 무조건 묶어놓는 정책도, 기업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도 아니다. 기업에는 투명한 가격 결정이, 정부에는 철저한 시장 감시가 필요하다.


밀값과 설탕값, 식용유 가격을 우리가 결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충격을 소비자에게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전가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원재료 가격 상승은 기업의 경영 문제이면서 동시에 정부의 물가 관리 문제다. 하지만 그 부담을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순간, 물가 문제는 곧 민생 문제가 된다.


과자 한 봉지의 가격이 몇백 원 오르는 것을 사소하게 볼 일이 아니다. 빵과 라면, 면류와 각종 가공식품 가격이 함께 움직이면 결국 가계의 한 달 식비가 달라진다. 원재료값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그 부담이 불투명하게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기업은 가격 인상의 근거를 설명하고, 정부는 그 과정이 합리적인지 감시해야 한다. 이번 원재료 가격 상승 국면에서 두 주체가 져야 할 책임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밀값이 오를 때마다 소비자가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필자 전승환 제공) ⓒ한국공공정책신문



전승환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Job & Future News 논설위원




작성 2026.10.02 21:46 수정 2026.10.0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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