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 세계적인 조각가 심성규 “돌을 털어내어 새긴 ‘시간의 흔적’과 ‘이음’의 미학”

-제20회 심성규 개인전 《한강 - 2026 올해의 작가전》 개최

-구상과 추상, 석조와 회화의 경계를 아우르며 존재론적 예술 철학을 완성하다


깎아낸 돌의 단면 위로 유려하게 흘러가는 선, 그 빈 곳을 채우는 바람과 빛. 석조각이라는 중량감 넘치는 매체를 통해 삶의 궤적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해 온 세계적인 조각가 심성규 작가가 스무 번째 개인전을 통해 또 한 번의 거대한 조형적 진화를 선보인다.   


지난 19일부터 여주 이포보 전망대 3층 이포보 갤러리에서 개최되고 있는 《한강 - 2026 올해의 작가전》은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의 후원과 K-water의 운영 지원으로 마련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심 작가는 한강이라는 거대한 자연적·역사적 맥락 속에 인간의 삶과 관계가 어떻게 궤적을 남기는지 ‘시간의 흔적’과 ‘이음’이라는 화두로 세련되게 풀어낸다.  

 

◇한강의 물길 따라 흐르는 ‘시간의 흔적’

심성규 작가에게 한강은 특별한 시각적 대상이다. 한강은 시대를 관통하며 수많은 기억과 스토리를 품고 흘러온 ‘시간의 거울’이자, 수많은 삶의 정서가 집적된 거대한 물줄기다. 작가는 한강의 물결과 그 주변을 둘러싼 역사의 궤적을 관찰하며, 이를 조각과 회화라는 시각적 언어로 전환시켰다.   


작품 속에서 한강의 시간은 유유히 흐르다 특정 지점에서 멈추고, 꺾이고, 다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한강 변에 공장이 들어서고 회색빛 도시의 기억들이 쌓였던 과거의 역사부터, 녹색 자연과 보금자리(집)로 대표되는 미래의 이상향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한강이 지닌 다층적인 레이어를 작품 속에 매끄럽게 포착해 냈다.   


“한강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그 흘러감 속에는 반드시 머무름과 멈춤이 존재한다. 그 멈춤의 순간, 우리가 지나온 시간은 단단한 ‘흔적’이 되어 새겨진다. 조각 작업을 통해 그 시간의 궤적을 정형화하는 것은 곧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일과 같다” 


이처럼 심 작가는 한강의 ‘물소리길’을 따라 거닐며 수집한 감각들과 기억의 조각들을 입체 조각과 평면 회화에 차곡차곡 담아내며, 관람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 속 ‘시간의 흔적’을 돌아보게 만든다.   


◇‘털어냄’을 통한 응축, 동양적 여백과 ‘이음’의 공간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미학적 지점은 조형의 추상화와 양식적 변용이다. 그동안 사실적이고 우직한 인체 석조각 작업을 선보여 왔던 심 작가는 최근 수년간 형태를 과감하게 응축하는 조형적 변혁을 거쳤다. 한국 전통 석조각이 보여주는 당당하고 풍성한 비율에서 출발해 서양 미술의 거인상이 가진 조형적 실험을 거친 작가는, 마침내 인체의 구조를 신체 마디 단위로 해체하고 면을 재분할하는 독창적인 추상 기법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여백’과 ‘이음’이라는 작가 고유의 미학적 장치다. 


캔버스나 대리석 표면에 뚫리거나 비워진 공간은 마치 동양화의 여백처럼 작용하여 미래에 채워질 순수한 가능성이자 관람객의 사유가 머무는 침묵의 공간을 선사한다. 나아가 서로 다른 인체 형상이나 물질이 만나는 경계면인 ‘이음’은 끊어진 것을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두 대상이 접촉하며 발생하는 간극 속에 새로운 철학적 의미가 상주하도록 이끈다. 


결국 이러한 ‘이음’과 ‘여백’은 돌이라는 단단한 재료를 덧붙이기보다 깎아내고 ‘털어냄’으로써 본질만 남기고자 하는 작가의 치열한 노동과 결단이 빚어낸 눈부신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영원성을 향한 서사, '프로포즈'와 '동행' 연작

심성규 작가의 예술 세계 속에서 관람객들에게 가장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은 단연 ‘프로포즈’와 ‘동행’ 시리즈다. 남녀의 운명적인 첫 만남과 설레는 대화, 그리고 백년가약을 맺고 부부의 연을 넘어 온전한 가족을 이루기까지의 일련의 서사는 작가 고유의 감각적인 조각 언어를 통해 극적으로 형상화된다.


이 연작들은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고도 굳건하게 올라가며 관계의 첫걸음을 내딛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포착해 내고 있다. 나아가 차가운 돌덩이였던 두 개의 인체가 점차 하나로 마주 보며 빈틈없이 응축된 하나의 거대한 형상으로 결합하는 장엄한 광경을 연출한다. 이 과정은 인간이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서로 간의 다름과 차이를 ‘이어내며’, 마침내 삶이라는 길고 험난한 여정을 손잡고 함께 걸어가는 ‘동행(同行)’의 숭고한 존재론적 의미를 고스란히 품어 안는다. 


앙리 무어나 콘스탄틴 브랑쿠시 같은 현대 조각계의 거장들이 평생에 걸쳐 탐구했던 인체의 유기적 해석은 심 작가의 작업 속에서 한 단계 더 깊은 차원으로 도약한다. 인간의 형상과 대자연의 유기적 형태를 조화시키며 생명의 근원을 탐구했던 앙리 무어, 형상의 본질을 극단적인 단순화로 추구했던 콘스탄틴 브랑쿠시, 그리고 본질을 깎아내는 소멸로 표현했던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예술적 궤적을 거쳐, 심성규 작가는 형상을 분해하고 관계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본질을 ‘구축’하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조각가 심성규의 스무 번째 개인전을 찾은 부인이 인생의 동반자이자 예술적 영감이 되어준 작가의 대표작 '동행'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형태의 변형을 넘어, 물질이 지닌 고유의 물성과 숨겨진 생명력을 일깨우는 ‘존재론적 진화론’의 국면을 뚜렷이 보여준다. 차가운 돌덩이라는 냉혹한 실존적 조건 위에 작가의 치열한 사유와 노동이 겹쳐질 때, 물질이 비로소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는 ‘창조론적 존재론’의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이 모든 예술적 실천은 작가가 평소 품어온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예술적 행위를 통해 비로소 존재하게 만든다.”라는 숭고한 철학적 명제로 완벽하게 귀결된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전시장 속에서 무심하게 머무는 단절된 객체로 남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빚어낸 숭고한 ‘이음’의 공간 속으로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된다. 저마다 자신의 부모와 자녀, 혹은 소중한 연인의 손을 잡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건너오며 걸어온 눈부신 관계의 궤적을 애틋하게 되돌아보고, 서로의 존재가 지닌 온기를 온몸으로 확인하는 깊은 사유와 위로의 시간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물질문명의 위기와 인간 소외를 겪는 현대 사회에서, 그의 결합과 동행의 미학은 전 지구적 공감대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한국적 색채론과 존재론적 예술 철학

이번 전시는 석조각뿐만 아니라 회화와 입체가 하나의 일관된 철학으로 어우러져 있다. 유화 매체를 사용하면서도 수묵화의 번짐과 동양적 여백 기법을 과감하게 채용하여, 평면 기법과 입체 조각이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도록 설계했다.   


아울러 작가는 사계절의 뚜렷한 순환 속에서 피어나는 한국 고유의 색채 정체성에 깊이 주목한다. 자연 속에서 길어 올린 짙은 녹색과 가을의 붉은 단풍색, 그리고 사유의 깊이를 더하는 여백의 회색조 등을 조각 표면과 회화 작품 전반에 스며들게 함으로써, 타협할 수 없는 독자적인 ‘한국적 자연주의 색채감’을 탄탄하게 구축해 낸 것이다.


형체 없는 자연의 원소와 다름없는 대리석과 원석 위에 작가의 숭고한 손길이 닿고, 세월의 궤적을 새겨 넣는 끝없는 상상력과 땀 흘려 돌을 쪼는 치열한 정성이 더해질 때 비로소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 세상에 존재 이유조차 몰랐던 차가운 돌은 작가의 손을 거쳐 깊은 사유의 결정체이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영원한 존재론적 상징물로 찬란하게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하루의 일상이 예술이 되었다'

개막일인 9월 19일에는 관람객이 직접 작가의 예술 세계에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예술이 대중의 삶과 함께 숨 쉬어야 한다는 작가의 정서가 반영된 대목이다.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진행된 한강 페스티벌 연계 토요문화체험 행사 ‘하루의 일상이 예술이 되었다’는 관람객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우선 ‘아트페인팅’ 코너에서는 작가와 함께 작품의 다채로운 색채와 질감을 손끝으로 직접 느끼며 표현해 보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되었으며, ‘디카시 및 SNS 공유 이벤트’를 통해서는 관람객들이 작품에 깃든 시적 감성을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에 담아내고 서로 소통하며 예술적 경험을 나누는 뜻 깊은 장이 펼쳐졌다.


아름다운 여주 이포보 전망대에서 오는 30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한강의 수려한 풍광과 조각 작품이 어우러져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시각적·철학적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미술사에 뚜렷한 자신의 궤적을 새기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세계적인 조각가 심성규. 그의 스무 번째 조형적 고백은 돌보다 단단한 철학과 물보다 유려한 감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 전시회 개요

-전시명: 제20회 심성규 개인전 (“한강 - 2026 올해의 작가전”)

-전시 기간: 2026년 9월 17일(목) ~ 9월 30일(수)

-관람 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및 문의

-전시 장소: 이포보 전망대 3층 (이포보 갤러리) ◀클릭

-문의 전화: 031-881-3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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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9.24 11:00 수정 2026.09.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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