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전승환] 영화 오디세이와 우리 인생

▲전승환/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전쟁의 영광이 아니다. 왕국으로 돌아가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를 다시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승리한 영웅의 귀환길은 전쟁보다 더 혹독하다. 영화 오디세이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인생에서 진정한 승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향해 돌아가고 있는가.


전쟁에서는 적이 눈앞에 보인다. 칼을 들고 싸우면 된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전쟁의 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두려움이고, 때로는 욕망이며, 때로는 권력이다. 가장 무서운 적은 어쩌면 자기 자신 안에 있는 흔들림인지도 모른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강한 전사이지만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폭풍을 만났을 때는 견뎌야 하고, 괴물을 만났을 때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며, 유혹 앞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잊지 않아야 한다. 결국 귀향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끝까지 잊지 않는 과정이다.


우리의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젊을 때 우리는 누구나 트로이 전쟁을 치른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승진, 돈, 명예,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밤잠을 줄이고, 때로는 가족과 친구를 뒤로한 채 달려간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면 생각한다.
‘이제 행복해질 수 있겠지.’ 그런데 이상하다. 전쟁이 끝났는데도 마음은 평온하지 않다. 오히려 그때부터 또 다른 항해가 시작된다.
퇴직이라는 폭풍을 만나고, 자녀의 독립이라는 낯선 섬을 지나며, 오랫동안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하나둘 끊어진다. 사회적 지위가 사라지면서 내가 누구인지 다시 묻게 된다.


인생의 전반전에서 이기는 법을 배웠지만, 후반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고도 길을 잃는다. 오디세우스에게는 돌아갈 이타카가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평생 일한 직장인가. 이미 떠나버린 젊음인가. 통장에 남은 숫자인가. 아니면 아직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인가.
인생 후반부에 들어서면 이 질문은 더욱 절실해진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을 성공이라고 생각해왔다. 더 높은 곳, 더 많은 것, 더 빠른 것을 추구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올라가는 것보다 돌아갈 곳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오래된 친구에게 안부를 묻고, 건강을 돌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인생 후반부의 귀향일 수 있다.
특히 은퇴는 인생의 끝이 아니다. 첫 번째 오디세이가 끝나고 두 번째 오디세이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문제는 우리가 첫 번째 여정의 성공 방식으로 두 번째 인생까지 살아가려 한다는 데 있다. 젊었을 때처럼 경쟁하고, 비교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러다 보니 이미 충분히 가졌는데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는데도 또 다른 정상에 오르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항구에서 돈과 명예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누구와 함께 살아왔는가’일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수많은 시련을 견디며 끝내 돌아가려 했던 곳에는 왕좌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 결국 그가 그토록 먼 길을 떠난 이유도, 그 긴 세월을 견딘 이유도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우리도 언젠가는 인생이라는 항해를 끝내야 한다. 그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느냐가 아니다. 폭풍을 몇 번 만났고,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느냐도 아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한 번 주어지는 긴 항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시 방향을 잡는 것이다. 지금 어디에 있든, 얼마나 돌아왔든, 다시 항해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영화 오디세이 (필자 전승환 제공) ⓒ한국공공정책신문



전승환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Job & Future News 논설위원






 

작성 2026.09.21 22:20 수정 2026.09.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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