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양세훈] 서울세계불꽃축제, ‘더 큰 불꽃’보다 ‘더 나은 축제’여야

▲양세훈/한국공공정책신문 논설위원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2026년 9월 5일, 여의도 한강 일원을 화려하게 수놓은 서울세계불꽃축제를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네팔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빙하와 암석 붕괴로 발생한 대규모 토석류와 홍수가 하류 지역을 덮쳐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장면은 기후 위기가 이제는 추상적 경고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선택을 다시 묻게 하는 현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는 폭우·홍수·가뭄·산불·폭염 등 각종 재난의 발생 가능성과 강도를 높이는 배경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고 대기오염과 폐기물을 유발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를 계속 개최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 논의는 단순히 “축제를 열 것인가, 말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축제를 열 것인가”이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오랫동안 시민에게 특별한 추억을 제공하고, 한강과 서울의 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대표적 문화행사로 자리 잡아 왔다.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한강 변에 모여 불꽃을 바라보는 경험은 도시민에게 일상에서 벗어난 즐거움과 공동체적 감각을 선사한다.

 

하지만 약 100만 명 안팎의 관람객이 한꺼번에 밀집하는 초대형 행사는 그만큼 큰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수반한다. 축제의 화려함 뒤에 남는 대기오염, 쓰레기, 교통 혼잡, 소음, 안전관리 부담을 다시는 부수적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3년 서울세계불꽃축제 직후 여의도 일대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행사 전 9~12㎍/㎥ 수준에서 최고 320㎍/㎥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일지라도 대기질이 ‘매우 나쁨’ 수준으로 악화한다면, 어린이와 노약자, 임산부, 호흡기·심혈관 질환자에게는 절대 가볍지 않은 건강 위험이 될 수 있다.

 

행사 후 발생하는 폐기물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여의도와 이촌 한강공원 일대에서는 축제 직후 수십 톤 규모의 쓰레기가 수거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청소 인력과 공공예산이 투입된다. 시민이 즐긴 축제의 뒤처리를 현장 노동자와 공공부문이 떠안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이를 지속 가능한 도시축제라고 부르기 어렵다.

 

문제는 대기오염과 쓰레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축제 당일에는 교통 혼잡과 불법 주·정차가 급증하고, 관람 명당을 둘러싼 무단출입과 사유지 침범, 과도한 소음, 군중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도 커진다. 불꽃 발사음과 대규모 인파는 주변 주민의 일상을 흔들고, 반려동물과 한강 변 야생동물에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도시축제의 편익은 많은 시민이 누리지만, 그 부담은 인근 주민, 환경, 청소·안전·교통 현장 인력, 공공재정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축제의 즐거움만이 아니라 그 비용과 부담이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는지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이제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불꽃의 양과 발사 시간, 관람객 수가 축제의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의 건강, 한강의 생태환경, 주변 지역의 일상, 현장 노동자의 안전까지 함께 고려하는 축제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한화와 서울시는 2027년 축제를 ‘지속 가능한 불꽃축제’ 전환의 원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우선 화약 사용량과 발사 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저소음·저오염 불꽃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여기에 드론쇼, 레이저쇼, LED 라이트쇼, 미디어아트 등을 결합한다면 불꽃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충분한 시각적 감동과 도시축제의 상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축제의 매력을 포기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과 창의성을 통해 연기·소음·비산 잔해를 줄이고, 새로운 형태의 야간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가자는 제안이다. 더 많은 화약을 쓰는 방식이 아니라 더 적은 환경 부담으로 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 미래 도시축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서울은 세계적 도시이며, 한강은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공공공간이다. 그렇다면 서울을 대표하는 축제 역시 화려함만이 아니라 공공성, 안전성, 환경 책임성까지 갖추어야 한다. 한화와 서울시가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것은 ‘더 큰 불꽃’이 아니라 ‘더 나은 축제’다.

 

가장 화려한 불꽃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건강과 한강의 생태, 도시의 일상을 함께 지키는 일이다. 그것이 기후 위기 시대에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새롭게 세워야 할 도시축제의 기준이다.

 


양세훈

∙ 행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신문 논설위원

∙ 한국공공ESG학회 부회장

∙ (前) 한신대학교 초빙교수



작성 2026.09.12 03:42 수정 2026.09.12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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