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전승환] '아무것도 못 했다'는 아이들, 학교는 무엇을 방관하고 있는가

▲전승환/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교육 현장에 뼈아픈 경종을 울리고 있다. 서울 지역 학생 피해 응답률이 3.3%로 2013년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초등학생은 6.5%에 달했다.

 

더욱 충격적인 대목은 학교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는 학생 중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이 32.5%에 달해, 위기 상황에서 방관자로 남는 아이들이 삼분의 일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는 학교폭력이 단순히 개인간의 갈등을 넘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 실효성을 엄중히 묻고 있다.

 

교실 안과 쉬는 시간,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이들


이번 조사에서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다름 아닌 '교실 안'(28.4%)이었고, 시간대 역시 '쉬는 시간'(29.9%)과 '점심시간'(18.4%) 등 교사의 시선이 닿지 않는 틈새 시간에 집중되었다.

이는 학교폭력이 은밀하고 교묘한 형태로 일상화되었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그간 학교의 대응은 사건이 터진 후의 '사후약방문'식 처벌과 행정적 절차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진상조사를 벌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했을 때 즉각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배제와 괴롭힘을 교사가 사전에 알아채지 못한다면, 통계 속 최고치라는 수치는 매년 경신될 수밖에 없다.

 

더욱 주목해야 할 역설이 하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피해와 목격 응답률은 모두 전년 대비 상승한 반면, 가해 응답률은 오히려 0.8%로 0.3%p 감소했다. 피해는 늘고 있는데 가해라고 인식하는 학생은 줄었다는 뜻이다. 이는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섬뜩한 신호다. 가해자 스스로 폭력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행동을 교사와 또래가 먼저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 폭력은 교실 안에서 고요히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실효성 없는 처벌을 넘어, 학교가 세워야 할 구체적 대책


그렇다면 학교는 이 위기 앞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이제 학교는 행정적 면피용 대책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현장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

 

사각지대 상시 밀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피해와 목격이 가장 빈번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그리고 교실 안의 역학 관계를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모니터링 및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교사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교육 자원봉사자나 전문 상담 인력을 쉬는 시간 취약 지구에 집중 배치하여 아이들의 미세한 신호와 갈등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일상적 괴롭힘은 교사의 눈에 띄지 않는 교실 구석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방관자를 '구조자'로 바꾸는 적극적 개입 교육


목격 학생 중 32.5%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이들이 방관자가 아닌 '조력자'로 돌아설 수 있다면 학교폭력을 멈출 수 있는 강력한 키가 그들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폭력을 목격했을 때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안전하게 신고하고 개입할 수 있는 행동 지침과 용기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의무화해야 한다. 누군가는 "고자질한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지만, 침묵은 폭력의 동조임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초등 저학년 특화형 조기 개입 및 소통 창구 마련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이 6.5%로 급증한 만큼, 저연령층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 글이나 형식적인 설문조사로는 자신의 피해를 표현하기 어려운 초등학생들을 위해, 놀이와 미술 치료 등을 연계한 상시적 마음 건강 체크와 익명이 철저히 보장되는 안심 소통 창구가 교내에 밀착되어야 한다. 영국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운동장 한켠에 '우정 의자(Friendship Bench)'를 두어, 혼자 앉아 있는 아이를 또래가 발견하면 다가가 함께 놀아주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아이들의 언어와 놀이 방식에 맞춘 구조적 장치가 우리 교실에도 필요하다.

 

교육의 본령인 '안전한 울타리'를 되찾아야 할 때


학교는 아이들이 세상의 법과 질서를 배우기 앞서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가장 먼저 체득하는 곳이어야 한다. "아무것도 못 했다"는 아이들의 절규는 학교라는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무서운 경고다.

 

더 이상 통계의 수치 뒤에 숨어 "조치를 취했다"고 자위할 때가 아니다. 학교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기관을 넘어,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전면적인 체질 개선이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교육 현장에 뼈아픈 경종을 울리고 있다(필자 전승환 제공) ⓒ한국공공정책신문





전승환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Job & Future News 논설위원



 

 

작성 2026.09.11 14:02 수정 2026.09.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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