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회에서 "간이과세가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썼다. 그 뒤로 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래서 어느 쪽을 택하라는 말이냐는 것이다.
답을 미룰 이유가 없다. 이번 회는 숫자로만 이야기하겠다. 창업을 앞둔 사장이 사업자등록 창구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선 하나를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세금이 계산되는 방식부터 다르다
두 유형은 세율이 다른 것이 아니라 계산 구조 자체가 다르다. 일반과세자는 받은 세금에서 낸 세금을 빼는 방식이다.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전액 공제하고, 매입이 매출보다 크면 그 차액을 환급받는다.
간이과세자는 다르다. 매출에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곱한 뒤 세율을 적용한다. 음식점업과 소매업의 부가가치율은 15%이므로, 실효세율은 1.5%에 그친다. 대신 매입세액은 매입액의 0.5%만 공제되고, 환급은 어떤 경우에도 받을 수 없다.
연 매출 9,000만원에 총 매입 5,500만원인 음식점을 놓고 계산하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일반과세자는 318만원을 납부하지만, 간이과세자는 107만원이면 끝난다.

그런데 왜 일반과세를 권하는 경우가 있는가
위 계산만 보면 간이과세가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일반과세를 권하는 경우가 있다. 초기 시설투자 때문이다.
인테리어와 주방설비에 1억원을 쓰면 그 안에 부가세가 900만원 넘게 들어 있다. 일반과세자는 이 돈을 매입세액으로 전액 공제받고, 매출세액을 넘어서는 부분은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창업 직후 자금이 가장 마른 시기에 들어오는 목돈이다. 간이과세자에게는 이 통로가 없다.
같은 매출, 같은 운영비를 두고 시설투자 규모만 바꿔 계산해봤다.

인테리어를 최소화한 사례 A에서는 간이과세가 211만원 유리했다. 반면 대규모 설비를 갖춘 사례 B에서는 일반과세자가 282만원을 환급받아, 간이과세보다 356만원 앞섰다.
결국 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첫해에 얼마를 쓰느냐가 유형을 결정한다.
기준선은 하나 — 매입이 매출의 88%
두 방식이 정확히 같아지는 지점을 계산하면 하나의 비율이 나온다. 첫해 총 매입이 첫해 매출의 약 88%가 되는 지점이다. 시설투자와 운영 매입을 모두 더한 금액을 예상 매출로 나눠보면 된다.
이 비율이 88%보다 낮으면 간이과세가 유리하고, 넘어서면 일반과세가 유리해진다. 앞의 사례 A는 61%, 사례 B는 134%였다.

중요한 것은 88%라는 숫자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첫해 매출의 88%를 매입에 쓰는 사업장은 흔하지 않다. 수천만원대 인테리어를 하고도 이 선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소규모 창업에서는 간이과세가 기본값에 가깝다.
그렇다면 큰 식당은 어떤가
여기서 한 사장이 물었다. 시설투자에 5억원을 넣고 월 매출이 1억원씩 나오는 식당이라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규모가 크면 당연히 일반과세일 것 같다는 짐작이었다.
계산에 앞서 매출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부터 잡아야 한다. 매출만 놓고 세금을 따지면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음식점 구조를 적용해 재료비를 매출의 40%, 월세를 10%로 놓고 연 매출 12억원을 분해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음식점 특유의 갈림길이 나온다. 재료비 4억 8,000만원이 전부 같은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농·축·수산물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여서 매입세액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주류와 가공식품, 공산품만 부가세가 붙는다.
매출의 25%인 3억원을 면세 재료비, 15%인 1억 8,000만원을 과세 재료비로 잡으면 시설투자 5억원과 월세 1억 2,000만원을 더해 과세매입은 8억원, 면세매입은 3억원이 된다.
계산해보면 거의 같아진다
일반과세자였다면 개업 첫해 7월 1기 확정신고에서 1,566만원을 환급받는다. 시설투자 매입세액이 상반기 매출세액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듬해 1월 2기 신고에서는 2,980만원을 납부한다. 1년치를 합치면 1,414만원이다.
간이과세자였다면 7월에는 신고 자체가 없다. 이듬해 1월에 한 번, 12억원에 1.5%를 적용한 1,800만원에서 공제세액 400만원을 뺀 1,400만원을 납부한다.

1,414만원과 1,400만원. 차이는 14만원에 불과하다. 앞서 살펴본 소규모 사례에서 간이과세가 수백만원씩 앞섰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결과를 뒤집은 것은 의제매입세액공제
왜 격차가 사라졌는가. 면세 재료비 3억원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법 제42조는 면세 농·축·수산물을 원재료로 쓰는 사업자에게 매입세액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정 비율을 공제해준다. 의제매입세액공제다. 개인 음식점이라면 매입액에 108분의 8을 곱한 금액을 공제받는다. 3억원이면 2,222만원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일반과세자에게만 열려 있다는 점이다. 간이과세자는 2021년 7월부터 의제매입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됐다. 같은 3억원어치 식자재를 사고도 한쪽은 2,222만원을 공제받고, 다른 쪽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앞서 제시한 88%라는 기준선은 매입이 전부 과세인 업종을 전제로 한 숫자다. 음식점처럼 면세 재료비 비중이 큰 업종은 기준선이 훨씬 낮아진다. 면세 재료비가 매출의 25%인 구조라면 기준선은 67%까지 내려온다. 위 사례의 과세매입 비율이 정확히 66.7%였으니, 두 유형이 팽팽하게 맞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재료비 비중이 높은 식당일수록, 그리고 그 재료가 면세 농산물일수록 일반과세 쪽으로 기운다. 반대로 프랜차이즈 완제품이나 공산품 위주로 재료를 매입하는 업소라면 계산이 다시 달라진다.
세액이 팽팽하다면 무엇으로 결정해야 하는가. 세 가지가 남는다.
첫째, 이 규모에서는 간이과세로 등록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국세청장은 지역과 업종, 규모를 기준으로 간이과세 배제기준을 따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면 신규 사업자가 신청하더라도 일반과세자로 등록된다. 5억원대 시설을 갖춘 대형 음식점은 이 기준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둘째, 설령 등록됐더라도 오래가지 못한다. 간이과세는 1역년 공급대가가 1억 400만원에 미달하는 해의 다음 해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첫해 매출 12억원이 찍힌 사업자는 이듬해 7월 1일부터 자동으로 일반과세자로 전환된다.
셋째, 현금흐름은 일반과세가 압도적으로 앞선다. 1년 총액이 사실상 같다면 남는 것은 시점의 문제다. 개업 6개월 차에 1,566만원이 들어오는 쪽과, 아무것도 없다가 이듬해 1월에 1,400만원을 내는 쪽. 창업 직후 운전자금이 마르는 시기를 겪어본 사장이라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사업 설비 투자는 조기환급 대상이어서 확정신고를 기다리지 않고 더 이른 시점에 돌려받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 간이과세를 고민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간이과세는 처음부터 소규모 사업자를 위해 설계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단, 간이로 시작해도 되돌릴 여지가 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더 있다. 많은 사장이 모르는 부분이다.
간이과세자가 이듬해 일반과세자로 전환되면, 전환 시점에 보유한 재고품과 인테리어·설비 등 감가상각자산에 대해 '재고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간이과세자로 있는 동안 공제받지 못한 매입세액을 일반과세자의 지위에서 뒤늦게 돌려받는 제도로, 부가가치세법 제44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취득 후 경과한 기간에 따라 공제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액을 회수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일반과세를 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시설투자분 부가세가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첫해 간이과세의 낮은 세율을 누리고, 이듬해 전환하면서 일부를 회수하는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다만 계산 방식이 복잡하고 신고 기한을 놓치면 공제받을 수 없다. 해당 여지가 있다면 전환 통지를 받는 즉시 세무대리인과 상의해야 한다.
결정 전에 반드시 확인할 네 가지
첫째, 간이과세가 아예 불가능한 업종이 있다. 광업, 제조업, 도매업, 부동산매매업,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은 매출 규모와 무관하게 배제된다. 국세청이 지역과 업종, 규모별로 정한 배제기준도 별도로 있으므로 등록 전에 확인해야 한다.
둘째, 거래 상대가 사업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납품이나 기업 대상 서비스처럼 세금계산서를 요구받는 업종이라면, 세금이 유리해도 거래가 끊길 수 있다. 최종 소비자를 상대하는 업종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셋째, 매출이 아주 작으면 납부의무 자체가 면제된다. 해당 과세기간 공급대가가 4,800만원 미만인 간이과세자는 부가세 납부의무가 면제된다. 다만 신고 의무는 그대로 남아 있어, 실적이 없어도 매년 1월에 신고해야 한다.
넷째, 간이과세를 포기하면 3년간 되돌아올 수 없다. 환급을 받기 위해 간이과세를 포기하고 일반과세를 신청하는 경우, 일정 기간 다시 간이과세를 적용받지 못한다. 첫해 환급 하나만 보고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과세 유형 선택은 사업자등록 창구에서 몇 초 만에 지나가는 절차다. 그러나 그 몇 초가 첫해 세금 수백만원을 가르기 때문에 이 글을 보고도 내가 판단이 서질 않는다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상담을 시작 하길 바란다.
현장에서 만난 대표들이 아무런 조언없이 시작했다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있고, 이미 수습하기 위해 만나는 경우들이 부지기수였다보니 그런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