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여행할 수 없는 서울, 한 외국인의 카메라로 바라본 1970년대 한국

다시는 여행할 수 없는 서울, 한 외국인의 카메라로 바라본 1970년대 한국

 

[인천=우휘 기자]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멈춰 세웠을 때, 필자는 장기 해외 배낭여행을 선택했다. 그때가 아니면 앞으로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사라진 도시에는 현지인들만 남아 있었다. 여행자를 위해 꾸며진 공간은 문을 닫았고, 유명 관광지는 잠시 주민들의 생활공간으로 돌아갔다. 필자가 보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외부인을 위해 연출된 도시가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도시.

 

최근 노무라 모토유키가 남긴 사진을 보며 당시의 여행이 떠올랐다.

 

여행이 공간을 이동하는 일이라면, 오래된 사진을 들여다보는 일은 시간을 이동하는 일이다. 그의 카메라는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를 이제는 다시 여행할 수 없는 1970년대 서울로 데려간다.

 

제방에서 내려다본 청계천 판자촌(1973년). / 출처=청계천박물관

 

일본인 목사였던 노무라 모토유키는 1970년대부터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아 청계천 주변 주민들을 돕고, 그들의 삶을 사진과 일기로 기록했다.

 

하지만 필자가 그의 사진에서 주목한 것은 일본인도, 목사도 아니었다.

 

그가 기록한 것은 당시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였다.

 

청계천 판자촌 사람들(1973년). / 출처=청계천박물관

 

좁은 골목, 판잣집, 연탄을 피우는 부엌, 고물을 모아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골목을 뛰노는 아이들. 당시 한국인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굳이 기록할 필요조차 없었던 풍경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눈에는 달랐다. 한국인에게는 일상이었던 삶이 그의 카메라를 통과하며 한 시대를 증언하는 기록이 됐다.

 

1970년대 한국이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은 고속도로와 공장, 수출품을 실은 선박과 새 아파트였을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의 이미지다.

 

그러나 노무라의 카메라는 그 이미지의 바깥을 향했다.

 

그곳에는 국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한국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먹고, 일하고, 살아가던 한국이 있었다.

 

필자가 그의 사진에 매력을 느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한국인이 기록하고 싶었던 과거가 아니라, 너무 평범해서 기록하지 않았던 현실을 남겼다.

 

노무라의 사진은 가난을 구경하게 하는 자료가 아니다. 오늘의 우리가 태어나기 전,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서 밥을 짓고 아이를 키우며 하루를 살아냈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여행의 기록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외국인의 카메라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오늘날 외국인은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고, 성수동의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고, K팝 공연장을 찾는다. 과거 외국인의 카메라가 한국의 생활을 기록했다면, 오늘의 카메라는 한국이 세계를 향해 내놓은 문화를 기록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정말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가 힘주어 보여주는 'K'뿐일까.

 

오히려 빨간 벽돌집이 이어진 오래된 주택가, 전깃줄이 복잡하게 얽힌 골목, 평상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한국을 발견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는 낡고 평범한 풍경이 외국인에게는 가장 한국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역시 점점 '연출된 공간'에서 살아간다.

 

이제는 가까운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는 일조차 조금은 어색하다. 집에는 생활 습관과 취향, 경제적 형편까지 모두 드러난다. 말 그대로 연출되지 않은 '날것의 나'다.

 

대신 우리는 카페에서 만나고, 술집에서 헤어진다. 누군가가 조명과 음악, 인테리어를 완성해 놓은 공간에서 관계를 이어간다.

 

도시도 그렇게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K팝, K드라마, K푸드, K뷰티….

 

우리는 세계가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에 익숙해졌다. 그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변화다. 하지만 우리가 연출한 이미지를 너무 오래 바라본 나머지, 그것을 한국의 전부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 카메라의 필터는 잡티를 지우고 얼굴을 더 매끈하게 만든다. 필터를 오래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모습이 자신의 진짜 얼굴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오늘의 한국도 어쩌면 그렇다.

 

세련된 도시와 세계적인 문화산업은 분명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다.

 

노무라의 카메라 앞에 그대로 드러나 있던 가난은 도시의 중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가난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의 시야에서 조금 더 멀어졌을 뿐이다.

 

우리는 분명 반세기 전보다 훨씬 풍요로운 나라가 됐다. 하지만 풍요로워질수록 불편한 현실을 더 잘 감추는 도시가 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스스로 매몰되어 진짜 우리의 모습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가 무엇을 기록하고자 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그의 카메라에 남은 것은 당시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도 평범해 굳이 기록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던 삶이었다.

 

그리고 그의 사진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우리의 진짜 삶인가. 아니면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삶인가.

 

노무라 모토유키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다. 반세기 전 서울로 떠나는 시간여행의 입장권이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서울, 너무 평범해서 기록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삶을 가장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록이다.

 

그 시간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다.

 

청계천박물관은 고(故)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의 1주기를 맞아 특별전 「청계천의 별이 된 노무라 모토유키」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그가 남긴 사진과 일기, 유품 등을 통해 철거 직전 청계천 판자촌의 모습과 당시 빈민 구호 활동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청계천의 별이 된 노무라 모토유키 포스터. / 출처=청계천박물관

 

전시는 2026년 6월 13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어쩌면 이 전시는 한 일본인 목사의 삶을 기리는 전시가 아니라, 우리가 다시는 직접 걸어볼 수 없는 1970년대 서울을 만나는 가장 현실적인 시간여행일지도 모른다.

 

AI부동산경제신문 | 인천지사

우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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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7.24 10:54 수정 2026.07.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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