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조재현 법무사] ‘교권보호국'이라는 간판 뒤, 무력한 방패를 들어 올린 교사들

- 명확한 면책권과 ‘기관 책임제' 없는 교권 보호는 공염불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주인공 나화진(김무열 역). 그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교권보호국의 감독관이다. / 출처=넷플릭스

 

[전문가 칼럼 | 조재현 법무사] 학교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교권 추락과 아동학대 신고 남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면서 정부와 교육청은 앞다투어 ‘교권보호국(과)' 신설 등 행정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이미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라는 선언적 면책 조항도 마련되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간판은 거창해졌지만, 정작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하는 교사들의 불안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적 면책의 범위가 모호한 상태에서 신설되는 행정 조직은 교사들에게 ‘진짜 방패'가 되어주지 못한다. 지금 현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핵심은 결국 하나다. "교사의 생활지도에 과연 어디까지, 어떻게 법적 면책을 줄 것인가?”

 

■ 선언뿐인 면책, 교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4대 권한

 

현재 교권보호국 신설과 함께 논의되는 면책권의 핵심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정당한 지도'에 대해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특히 정서적 학대)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현장에서 당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는 보호 범위는 크게 네 가지다.

 

- 수업 방해 학생 분리 조치 :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 지정 장소로 격리할 때 발생하는 ‘정서적 학대' 시비로부터의 면책
- 소지품 분리 보관 : 위험물이나 수업 방해 물품(스마트폰 등)을 압수·보관할 때 발생하는 ‘절도·재산권 침해' 시비로부터의 면책
- 물리적 제지 : 폭행이나 기물 파손을 막기 위해 신체적으로 개입할 때 발생하는 ‘폭행 및 신체적 학대' 시비로부터의 면책
- 훈육 목적의 질책 :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단호한 훈계가 학부모에 의해 ‘정서적 학대'로 왜곡되는 것으로부터의 면책

 

문제는 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교육적 권한들이 실제 법장에 서면 쉽게 무너진다는 점이다.

 

■ 교사를 법정으로 몰아넣는 3대 법적 장벽

 

행정 조직인 교권보호국이 신설되더라도 넘기 힘든 3대 법적 쟁점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 ‘정당성'과 ‘중과실'이라는 늪이다.
법안에는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무엇이 정당한 훈육이고 무엇이 정서적 학대인지에 대한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강하게 꾸짖는 행위가 수사관이나 판사의 성향에 따라 죄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교원단체는 시행령 수준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요구하지만, 학부모 단체는 예외 조항이 과도해지면 아동학대의 사각지대가 생긴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둘째, 형사 처벌보다 무서운 ‘민사상 손해배상'이다.
현행 법안은 주로 형사 처벌 면책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교사들을 진짜 피말리게 하는 것은 학부모가 교사 개인을 상대로 제기하는 수천만 원 대의 민사 소송이다.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까지 면제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는 피해 아동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에 부딪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셋째, 행정 판단과 사법 수사의 ‘디커플링(괴리)'이다.
법 개정으로 교사가 신고당하면 교육감 의견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육청 교권보호국이 "정당한 생활지도였다”라는 행정적 판단을 내리더라도, 경찰과 검찰 같은 사법기관이 이를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다. 결국 교사는 교육청의 응원 속에서도 홀로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서야 하는 기이한 구조가 반복된다.

 

■ 사후 지원을 넘어 ‘기관 책임제'로 가야 한다

 

교권보호국이라는 간판이 그저 교사들에게 ‘소송비 얼마 보태주는 사후 지원 부서'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건이 터진 후 변호사를 선임해 주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교권 보호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첫째, 어떤 행동이 면책되는지에 대한 생활지도 매뉴얼을 명확한 법령 수준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모호한 기준은 불필요한 고소·고발만 부추길 뿐이다.
둘째, 교사 개인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기관 책임제'의 도입이다. 학교 현장에서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일어난 사고와 갈등은 교사 개인이 아닌 교육청과 학교라는 ‘기관'이 전면에 나서서 대응하고 법적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 글을 마치며

 

교사가 아동학대범으로 몰릴까봐 두려워하며 수업 방해 학생을 방치하는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은 불가능하다.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은 교사 개인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교실에 남아있는 수많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교권보호국이 참된 방패가 되기 위한 법적·제도적 결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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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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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 법무사·행정사

AI부동산경제신문ㅣ자문위원

호재합동법무사사무소 대표 법무사, 행정사

법원 공무원 20년 근무

blog.naver.com/hojaelawgroup

작성 2026.07.20 13:53 수정 2026.07.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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