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성진용 건축사 | 기술은 미래로 가는데 법은 과거에…‘공간의 도시’ 서울이 던진 숙제

한강 위에도 집 짓자…이제는 법이 미래를 따라가야 한다

기술은 미래로 가는데 법은 과거에…‘공간의 도시’ 서울이 던진 숙제

 

[기고=성진용 건축사/교수] 서울이 이미 땅의 도시가 아니라 ‘공간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과거에는 집을 짓기 위해 반드시 새로운 택지가 필요했지만 지금의 서울은 다르다. 신규 택지는 사실상 고갈되었고, 남은 것은 하늘과 수면, 그리고 기존 도시 인프라 위의 유휴공간뿐이기 때문이다.

LH토지주택연구원(LHRI)이 발간한 보고서 '세상에 이런 집이-땅 없이도, 집을 지을 수 있다'에 따르면 도심 내 신규 토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연구원은 수면 위의 집인 '한강 수상 모듈러 주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출처=LH토지주택연구원(LHRI)

최근 LH토지주택연구원이 제안한 ‘한강 수상 모듈러 주택’과 ‘간선도로 상부 개발’ 아이디어는 단순한 발상의 전환을 넘어, 미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탄이다. 이제는 “어디에 집을 지을 것인가”보다 “어떤 공간을 주거로 재해석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 한강, ‘조망’의 대상에서 ‘주거 플랫폼’으로의 진화

 

특히 한강 수상주택은 매우 상징적이다. 서울의 중심을 흐르는 한강은 그동안 조망과 관광, 휴식의 공간으로만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도화된 주거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장에서 부품을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과 OSC(탈현장건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공장에서 만든 주택을 수면 위에 안정적으로 설치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법’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건축법과 민법은 여전히 “토지 위에 고정된 건축물”이라는 산업화 시대의 낡은 개념에 머물러 있다. 미래의 건축은 이동하고, 조립되고, 분리되며, 수면과 공중까지 확장되지만 현행 법령은 이러한 새로운 공간 개념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본 칼럼을 인공지능으로 재구성한 이미지./출처=Ge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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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수상주택은 건축물인가, 선박인가”, “모듈러 이동형 주택은 부동산인가, 동산인가”, “도로 상부의 인공대지를 토지로 볼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현재의 법체계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술은 저만치 앞서 미래로 가고 있는데, 제도적 울타리는 과거에 묶여 있는 셈이다.

 

◇ 덴마크·네덜란드 등 해외는 이미 법·제도 유연하게 편입

 

이미 해외 주요 도시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해상 학생주택인 ‘어반리거(Urban Rigger)’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수상주택 단지 사례는 법과 제도가 기술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한 대표적 모델이다.

 

이들 국가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항만법, 건축법, 부동산 제도를 유연하게 해석하며 새로운 주거 유형을 제도권 안으로 빠르게 편입시켰다. 그 결과, 주거난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와 서민들을 위한 혁신적인 주거 공급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대한민국 역시 미래 도시 경쟁력을 위해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다. 공간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다음의 네 가지 개혁이 시급하다.

 

◇ 미래 도시 경쟁력 위한 4대 건축 패러다임 개혁

 

첫째, 건축물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토지에 고정된 구조물’이라는 협소한 개념에서 벗어나 수면, 공중, 인공지반까지 포함하는 미래형 건축 개념으로 법적 정의를 전환해야 한다.

 

둘째, 이동형·모듈러 건축물을 위한 독자적인 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일반 건축법의 틀 안에 억지로 끼워 맞춰 해석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모듈러 건축은 거대한 독자 산업이 된다. 생산과 운송, 조립, 이동, 나아가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촘촘한 새 건축 기준이 필요하다.

 

셋째, 도시계획의 개념 자체를 3차원으로 바꿔야 한다. 앞으로의 도시는 평면이 아닌 입체 공간으로 발전한다. 도로 위, 철도 위, 하천 위, 공원 하부와 상부까지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입체적 도시계획 시대에 맞는 규제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넷째, 건축 규제를 ‘입지’ 중심에서 ‘성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어디에 지었는가”라는 입지적 조건보다 “얼마나 안전한가, 친환경적인가, 지속 가능한가”라는 기능적 가치를 중심으로 법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과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도시의 경쟁력은 기술의 우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혁신적 기술을 담아낼 수 있는 유연한 법과 제도가 속도를 맞춰야 한다. 건축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를 넘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산업으로 진화하는 지금, 미래를 반영한 건축 법령 개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도시는 이미 미래로 가고 있다. 이제는 법이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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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용/칼럼니스트ⓒAI부동산경제신문

성진용 건축사·교수
토지·건축물 건강검진센터 대표
주식회사 화신 대표
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매경부동산센터 대표교수
https://blog.naver.com/yto6200

 

 

작성 2026.05.20 14:47 수정 2026.05.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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