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진희] ‘국민을 위해’라는 말말말

▲이진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건물을 감싸는 후보들의 현수막이 바람에 흐느적거린다. TV에서나 보았을 법한 유력 인사들이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황송하게도 우리에게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민다. 후보자들의 약력과 그들의 공약이 빼곡히 담긴 선거안내 봉투가 가가호호로 배달되고, 벽에 촘촘히 붙어져 있는 후보자들의 면면이 보인다. 이 정도는 되어야 일반 시민인 우리는 ‘아하, 이제 선거로구나.’라고 체감하게 된다.

 

그런데 분명, 선거는 올 6월인데 유독 이번 선거는 훨씬 전부터 일찍들 준비한다는 느낌이 든다. 세력이 강하다고 믿는 집단에서는 굳히기 작전으로 세게 밀어붙이고,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집단에서는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바쁘게 서두르기 때문일까? 한때 정치권에 몸담았던 원로 정치인들도 TV 등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해 후보들의 표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 더불어 자신에 대한 유불리와 이해득실을 따져 이합 집산하는 정치권 언저리의 사람들도 유난히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인다.

 

선거에 등판하는 선수들은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백조들의 발놀림처럼, 시간을 쪼개 전략을 짜고 SNS를 최대한 활용한다. 자신들의 존재를 알려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얻기 위해 각종 행사에 나아가 목소리를 높인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때로는 자신감 있게 논리를 앞세워, 때로는 감성에 호소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유권자인 국민이 자신을 원하고 있다고, 시대가 자신의 정당을 필요로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상대 후보나 정당의 흠결은 침소봉대하고 그들을 절대악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상대는 준엄하고도 냉정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나마 양심이 있는 후보는 자신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 차선이라고 겸손을 내세워 한표를 읍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상대가 선거에서 이기게 된다면 나라가 당장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주장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그들은 항상 입버릇처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유권자들 앞에서 굳은 다짐을 한다.

 

그런데 이들이 선거운동을 할 때마다 목청껏 반복적으로 부르짓는 ‘국민을 위해’라는 말의 진정성이 의심스럽고 불편한 것은 왜 일까? 우선 일부에 불과한 자신들의 지지자를 전체 국민인양 호도하는 그들의 오만함에 대한 불쾌감이다. 또한 ‘국민을 위해’라는 그들의 과도한 국민팔이에 오랫동안 지쳐서일 것이다. 멸사봉공의 공익팔이도 이제 그만 듣고 싶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이 한 몸 불사르겠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만큼 우리는 어리석지 않다.

 

그러니 오로지 금뺏지만을 향해 달려가는 후보, 금뺏지를 달고 싶은 속내는 감춘 채 국민팔이, 공익팔이를 내세워 남은 생을 국민을 위해 불사르겠다고 거짓 약속을 일삼는 후보, 그런 후보에게 영합하여 선거 이후 떡고물을 받아먹으려고 열렬히 움직이는 정치권의 주변인들. 그런 후보나 지지자들한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까? 우리는 공명심이 없고 명예욕도 한점 없이 오로지 국민을 위한 헌신만으로 똘똘 뭉친 인물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 옛날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와 같은 대단한 애국자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은 이 시대에 애시당초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대조차 품지 않는다.

 

단지 권력과 명예를 손에 쥔 정치인으로서 사적인 욕심을 위해 그것을 이용하지 않고, 정치권이라는 그들의 직장에서 그의 에너지와 시간을 대승적 견지에서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사용하려는 후보를 원할 뿐이다.

 

후보자는 선거를 치르기 전, 표를 구하고자 민심을 읽으려 할 때 가장 겸손해지는 듯하다. 선거판에서 결국 피선거권자는 유권자들의 정서나 민심을 살펴보게 되어 있다. 그러니 후보들은 절차적 공정성을 담보하여 선거운동을 하되, 보아야 할 것을 보고, 들어야 할 말을 듣는 경청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더불어 그들만의 인의 장막에 갇히거나 진영 논리에 휩쓸려 끼리끼리 무리지어 객관성을 상실한 채 자가당착에 빠지지 말아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만약 그런 후보나 정당이라면 낙선시키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그러므로 선거의 기본은 올바른 민심의 형성이다. 올바른 민심이 형성되려면 유권자인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정치적 소양을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 고속 성장을 이룬 경제 발전에 비해 한참이나 뒤떨어진 정치 문화라고 자조섞인 비난을 일삼기보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적 소양을 함양하고 잘 표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마련이 우리의 정치 문화가 발전해 나아가는 사회적 자산이 아닐까? 마치 끊임없이 샘솟는 조그만 샘물이 더러운 흙탕물을 정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은 국민의 몫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전경 ⓒ한국공공정책신문




이진희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박사)

(현) 진해세화여자고등학교 교장

(전) 서울대학교 강사

(전) EBS 수능윤리 강사




작성 2026.01.21 20:06 수정 2026.01.2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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