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진희] 사적 복수 드라마의 흥행

▲이진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죽지말고 복수하세요”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모범택시>의 명대사이다. 드라마의 흥행에 힘입어 시즌1, 2에 이어 시즌3도 제작되었고, 주연 배우 이제훈은 2025년 말 2023년에 이어 또다시 <모범택시>로 연기대상을 수상함으로써 동명의 드라마로 연기대상 2관왕을 이룬 전무후무한 기록까지 세웠다.


드라마 <모범택시> 뿐만 아니라 <더 글로리>, <비질란테>, <국민사형투표> 등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는 모두 사적 복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범택시 중에서 한 장면 (필자 이진희 제공) ⓒ한국공공정책신문


 <모범택시>에서는 택시회사로 위장한 운수회사에서, 법은 멀지만 세상살이가 너무 억울한, 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 힘 없는 피해자들의 의뢰를 받아, 사적인 복수 대행 서비스를 감행한다. <더 글로리(2023)>는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파괴된 피해자가 자신의 온 인생을 걸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가해자들과 방관자들에게 가하는 복수극이다. <비질란테(Vigilante)>에서는 낮에는 법을 수호하는 모범 경찰대생이, 밤이면 법망을 피해 죄 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살인으로 처단한다. <국민사형투표>는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악질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정체 불명의 심판자 ‘개탈’이 등장하여 대국민 문자투표를 진행,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사형을 집행한다.

 

복수라는 소재는 그 옛날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나 세익스피어 <햄릿> 등 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작품에 등장했기에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안방극장에서까지 많은 복수극이 등장하고 있고, 대중들의 반응이 이렇게 열광적인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연 왜 그렇까?

 

그것은 우리 사회의 공적 제재가 취약성을 드러내기 때문이 아닐까? 이들 드라마에서 극악무도한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부와 권력으로 교묘히 법망을 피했다. 위정자들은 한결같이 정의 사회 구현을 부르짖고 있지만 법망은 뚫려있고 잔인한 범죄자들은 이런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구멍 사이를 수시로 들락거린다. 그리고 그런 영악한 법꾸라지들을 바라보면서 맥빠져하는 힘없고 나약한 대중들은 범죄자를 사적으로 복수하는, 드라마 속 다크 히어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환호성을 지른다.

 

피해자의 고통에 비해 가해자에게 내리는 국가의 형벌이 턱없이 부족할 때 누구나 국가에, 사법부에, 세상에 분노하게 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피해자들이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한 현실 속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답답한 일들이 사필귀정, 권선징악이라는 연출 의도에 맞추어, 속 시원하게 마무리된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있을 법한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비슷한 사건으로 한때 피해자였던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 심적 위로를 받고 진심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아무 상관없는 제 3자들까지 감정이입을 통해 통쾌하게 복수하는 다크 히어로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하지만 이런 사적 복수가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한 통쾌한 응징으로 이어질지라도 엄연히 드라마와 우리 현실은 다르다. 따라서 우리는 공적 제재 부실에 대한 대안으로 사적 복수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복수 드라마의 가장 큰 강점은 공감과 성찰이 아닐까?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은 피해자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개인적 분노를 넘어선 사회적 분노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런 공분은 거대 포털이나 언론을 통해 그동안 반짝 이슈가 되었다가 쉽게 잊혀지곤 했었다.

 

 

드라마는, 재미와 감동으로 시청자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가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드라마가 주는 사회적 파장으로 미루어볼 때, 재미와 감동을 넘어 드라마를 통해 얻은 사회적 공감대가 더 나은 사회 실현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에게 너무나 많은 짐을 안겨 주는 것일까?


이진희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박사)

(현) 진해세화여자고등학교 교장

(전) 서울대학교 강사

(전) EBS 수능윤리 강사



작성 2026.01.04 18:56 수정 2026.01.0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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