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양홍석] 또 한해 마무리, 우리는 잘 살아 왔는가

▲양홍석/전)문화체육관광부 일반직고위공무원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세모의 문턱에 들어설 때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한 해의 성과를 결산하려 한다. 더불어 화살같이 빠른 세월이 그저 밉고 서운한 노장년 세대에게는 연말이 단순한 12월의 끝이 아니라, 기억의 저멀리 흙먼지 날리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회상의 통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내가 태어난 농촌 마을은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모습 그대로 꿈이 가득한 보금자리였다. 나의 어린 시절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풀피리 소리였고, 디지털 게임 대신 구슬치기와 숨박꼭질이었다. 냇가에 벌거벗은 채 물장구치며, 송홧가루와 산딸기와 아카시아꽃을 즐겨 먹기도 했다. 어둠이 오면 호롱불 아래 책을 읽는 낭만이 익어갔다. 따뜻한 아랫목과 구수한 무쇠솥 밥 탄 누렁지 냄새만으로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가 미개국 수준에 머문 어려운 시기이었지만, 이웃 간의 온기를 나누는 인정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온 마을 사람들은 한 가족같이 세상 떠나는 어르신 상여 소리에 눈물을 흘리며, 생로병사 희로애락의 길을 함께 걸었다. 흙이 곧 생명이었고, 이웃집의 숟가락 갯수 까지 알던 우리들의 공동체가 바로 천국이었다.

 

우리는 점점 커가며 나름대로 ‘잘 살아 보자’ 라는 뜨거움을 가슴에 품고, 하나 둘 도회지로 향했다. 누군가는 일찌기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자수성가의 길을 닦아 갔다. 또 다른 누군가는 미래 나은 삶을 위해 배움의 길을 걸어갔다. 어쩌면 우리는 고향을 떠나온 댓가로 성공이라는 숙제를 받은 것 같았다. 그 숙제를 풀기 위해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고달팠지만, 중심을 흩트리지 않았다. 우리는 가족을 위해 또 나 자신의 성공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어느새 머릿결에 흰서리가 내리고 자녀 세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어 살아간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 쪽지가 날아든다. “우리는 과연 잘 살아온 것일까?” “우리는 지금 어디쯤 온 것일까?” “아직도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는가?” 정작 마음에 참 평화를 이루는 내면의 집 건축에는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서글픔이 밀려든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이 땅에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금수저 후손을 키워낸 자랑스러운 주역들이다. 우리들의 삶 자체는 그야말로 역경을 이겨낸 위대한 서사의 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특히, 나에게 2025년은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해로 기록에 남을 것이다. 몇해전 세상에서 맡은 직책을 내려놓았던 정년퇴직에 이어, 인생의 마지막 관문인 통과 의례로, 27년간 섬겨온 교회 항존직 은퇴를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살아온 삶이 완성되는 마침표와 쉼표의 희비가 교차하며, 감격스럽기만 하다. 돌이켜보면, 내가 살아온 모든 과정이 기적이었다. 농촌 아이가 낙오 없이 세상의 직위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연약하여 넘어질 때마다 신은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 모든 순간마다 신의 그림자 같은 도움이 나를 붙들어 주셨기 때문이라 믿는다. 귀한 축복으로 감사하며 평생 간직해 갈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묵은해를 보내며 무거운 짐 일랑 내려놓자. 마음을 가볍게 비우자. ‘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좋은 삶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새해에는 헛되고 헛된 욕심의 굴레를 벗어나, 유쾌하고 즐거움에 집중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온 가족이 아픔 없고 기쁨 찾아 행복한 인생을 꾸려가자. 소중한 친구들과 나누는 커피 한 잔의 값어치에 더 깊이 감사하는 여유를 누려가자. 그것이 바로 앞만 보고 살아온 우리 삶에 스스로 주는 가장 값진 보상일 것이다.

 

양홍석

전)문화체육관광부 일반직고위공무원

전)2014인천아시안게임 행사본부장

전)강원랜드 카지노본부장

 

 

작성 2025.12.15 16:46 수정 2025.12.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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