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노규성] 선택과 집중을 통한 AI 3대 강국 실현

▲노규성/한국소프트웨어기술인협회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이재명 정부는 GPU 5만 개 확보, AI 데이터센터 건립, 민간 투자 100조 원 유도를 공언하며 ‘AI 3대 강국 도약’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웠만, 냉정히 말하면 우리는 이제 막 출발선을 밟고 갔다.


2024년 한국의 민간 AI 투자는 13억 달러 내외로 전년보다 감소했고, 투자 순위도 9위에서 11위로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규모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극명하다. 미국의 2024년 AI 민간 투자는 1,090억 달러, 중국은 92억 달러로 각각 한국의 수십 배에 달한다. 여기에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같은 단일 기업의 AI 투자 규모가 우리 정부의 전체 예산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추격 전략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권의 AI 경쟁력을 갖춘 나라다. 반도체와 하드웨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의료·자율주행 등 특화 응용 기술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부와 산업, 학계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체계적 구조를 가진 점은 우리만의 강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적 대안은 무조건적인 확장이 아니라, 명확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모든 영역에서 미국·중국과 맞붙을 수는 없다. 대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 이미 세계가 인정한 영역에 AI를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 조선, 의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그 출발점이다. 반도체 제조 과정의 수율 최적화, 선박 설계의 AI 자동화, 수술·진단 AI, 그리고 K-pop과 드라마 제작을 결합한 콘텐츠 AI 등은 대한민국이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는 분야이다. 이들 산업에 AI를 결합하면 세계 시장에서 즉시 통할 수 있다.


AI 반도체 생태계의 수직 통합도 필수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기술, 퓨리오사AI·리벨리온 같은 스타트업의 설계 역량, 그리고 서비스 기업의 응용력을 연결해야 한다. R&D 예산의 30% 이상을 HBM, NPU 등 핵심 기술에 집중하고, 국산 AI 칩을 공공 인프라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핵심 축은 한국어와 동아시아 문화권에 특화된 AI 전략이다. 영어 중심의 범용 모델 대신, 한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 교착어 기반 언어에 최적화된 LLM을 개발한다면 언어·문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가 보여주었듯, 특정 언어권에서 독보적인 성능을 확보하면 그 시장은 사실상 독점이 된다.


한국이 가진 산업 강점을 살린 ‘융합형 수출 모델’도 중요하다. 현대차와 포스코의 최첨단 스마트팩토리, 서울과 부산의 스마트시티 모델, K-방산에 AI 자율제어 시스템을 결합한 수출형 패키지 등은 기술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이른바 “AI + 산업”의 복합 수출전략이다.


AI 인재 양성 역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수천 명의 박사를 길러내는 미국식 모델을 따라가기보다, 산업 현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AI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응용형 실무 인재를 키워야 한다. 알고리즘 개발자는 소수 정예로, 응용 엔지니어는 대량으로 양성하고, 윤리·정책 전문가를 통해 국제 논의에 참여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중동·동남아와의 AI 협력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나 UAE와는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하고, 베트남·인도네시아에는 AI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기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식이다. 일본과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도 현실적인 전략이다.


이 모든 전략의 전제는 ‘실행력’이다. 과거처럼 위원회만 만들어 놓고 흐지부지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AI 전략회의를 월 1회 이상 열어 각 부처의 이행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성과는 분기별로 공개하고, 1년 내 결과가 없는 사업은 과감히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후발주자에서 선도국’으로 도약한 경험을 축적해 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K-pop이 그랬듯, AI도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장은 무한정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AI 3대 강국”은 구호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만 현실이 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이 냉철한 현실 인식 위에 실천적 전략을 세울 때, 대한민국의 AI는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노규성

경영정보학박사

전)한국생산성본부 회장

한국소프트웨어기술인협회 회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회장(AI부문)





작성 2025.10.21 20:59 수정 2025.10.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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